비뚤어질테다!
"비뚤어질테다!"는 제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과 싸우던 시기에 그린 두들링 그림입니다. 당시 저는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듣고 감정적인 반발심에 휩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존심이 상하자 내면에서는 파괴적 본능이 일어났고, 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사회화된 인간으로서 그런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수는 없었죠. 결국 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스스로 검열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려는 이성과 들끓는 내면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했고, 상대방의 비판적 시각과 뼈아픈 말에 반발심을 느꼈습니다. 이런 복잡한 내적 풍경이 캔버스에 담겨 있습니다.
그림 속 인물 '미나'는 제 내면을 투영한 존재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하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누'는 감정에 휩싸인 미나를 냉철하게 관찰하는 또 다른 자아입니다. 미누는 한 발 떨어져서 아무 말 없이 미나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다양한 층위의 마음
사실 인간의 내면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얌전하고 예의 바른 모습 뒤에는 더 솔직하고 거친 감정과 욕구가 숨어 있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그런 자신의 모습마저 관조하는 냉철한 시선이 존재하고, 궁극에는 어떤 속성에도 물들지 않은 고요한 본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감성, 사회적 자아와 본능적 자아 등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있기에 한순간에도 모순된 감정과 생각을 동시에 품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내적 혼란을 직면하기를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림은 치유와 자기성찰의 좋은 도구
그림 그리기는 이런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성찰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충돌하는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다 보면 정제되지 않은 생생한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이는 일종의 감정 발산이자 자기 표현의 과정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마치 십우도에서 성난 황소의 등을 타고 길들이려는 노력과도 같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한, 완성된 그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표현해낸 것들을 살피고 성찰하다 보면 내면과 좀 더 거리를 두고 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한발 물러나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내면의 상반된 모습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더 높은 차원의 자기 인식에 다다를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를 얻게 됩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바라보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기 이해와 성찰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혼란 속에서도 그것을 직면하고 탐색하려는 노력 자체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자체가 수행
이 작업을 통해 '100%의 마음'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한 순간에도 우리는 모순된 감정과 생각을 동시에 품고 있기에, 어떤 사람의 마음을 완벽히 꿰뚫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마음은 내외적 요인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죠. 자신의 마음조차 온전히 알기 어려운데, 타인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신조차 완벽히 알 수 없는 내면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려 노력하다 보면, 우리의 의식은 성장하고 세상을 보다 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서로의 마음을 100% 알 수는 없어도, 진심으로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영원한 수수께끼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신비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위로와 깨달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비록 100%는 아닐지라도, 진심을 다해 마음을 나누려 노력한다면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현재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네요^^ 저에게 필요한 말을 저에게 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글쓰기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인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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